2025년 1월 겨울방학 삿뽀로 2주 홈스테이+어학연수 프로그램

인솔교사 곽영숙

2025년 1월 23일부터 2월 6일까지 2주 동안 홋카이도의 대표도시 삿뽀로로 학생들을 인솔하여 간다는 것은 인솔교사 확정 이후부터 한동안 마음을 들뜨게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일본의 대도시는 수도 없이 일과 여행으로 다녀봤지만 겨울의 홋카이도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가는 과정도 타지역보다 쉽게 갈 수 있는 지역이 아니라서인지 설렘 가득이었다. 한일협회와 일본어학교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기본틀을 세우고 여러차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찾아 채우면서 어느새 삿뽀로는 내 안에 들어와 있는 아름다운 도시이자 새로운 곳을 꿈꾸게 하는 2주의 안식처로 다가와 있었다. 흔히들 유행이 되어버린 ‘한달살기’의 절반이 바로 2주이기에 학생들에게도 기억에 많이 남는 2주살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로그램을 채웠다.

겨울의 낭만이 가득한 홋카이도, 유키마쓰리가 있는 삿뽀로는 도착 후 생각보다 눈이 내리지 않아 걱정하며 유키마쓰리가 가능할까 우려했는데 도착 후 몇 일 지난 뒤부터 내린 눈으로 원없이 눈 구경하고 눈 맞으며 거리를 활보할 수 있었다. 도착 후 첫 주말에 방한 오타루 하루 여행길에 보게 된 기차 차창 밖 드넓은 바다의 운치에 여기저기서 작게 새어 나오는 탄성과 카메라 셔터음이 정겨웠다. 오타루의 유리공예점에서 체험한 유리공예는 일률적인 작품이 아니라 유리의 색깔과 크기 등을 본인이 골라서 만드는 자기만의 작품이라서인지 완성된 작품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도 좋아 보였다.

레벨테스트에서 각자의 실력에 맞는 반에 배정되는데 다른 나라 학생들과 함께 수업받는 기회를 얻어서 그야말로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일본어를 배운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본다. 또한 오전 수업 후 오후 프로그램에 일본어학교 전학생이 함께 하는 엑티비티 활동으로 겨울의 삿뽀로를 다르게 체험할 수 있는 스케이트 활동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한국에도 있는 아이스링크라지만 일본의 겨울을 대표하는 삿뽀로의 아이스링크에서 다른 나라 학생들, 일본어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얼음판을 달리는 일은 매력적인 활동이었다. 물론 처음 배우는 학생들은 다소 버거워 보이고 힘들어 보였지만 이런 활동들이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거란 생각을 했다. 눈 쌓인 거리, 또는 눈 내리는 거리를 우산도 안 쓰고 걸어 다니며 함께 미끄러지고 눈 싸움을 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인솔교사의 욕심으로 학생들을 조금이라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 여기저기 데리고 다닌 기억들... 추운 겨울 눈발이 날리는 날 삿뽀로시 중심에 있는 모이와야마 로프웨이를 태워 시내전망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서 앞이 안 보여 도중에 되돌아왔던 일들도 지금 생각하니 그마저도 추억이라 여겨진다. 그래도 학생들이 열의를 가지고 참여하려고 보였던 열정이 떠올라 미소가 떠오른다. 한국에 없는 노면전차로 삿뽀로 시내 한바퀴를 도는 거에 만족했던 날이었다.

이 프로그램의 꽃인 한일 중고등학생 교류회는 언제나 후기가 따끈따끈하다. 평소 일본은 자주 다녀도 일본인 친구를 만들기가 쉽지는 않다. 거리에서 몇 마디 건넨 사이가 친구가 되기는 쉽지 않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4시간 정도 함께 게임도 하고 서로의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지낸 시간은 한일 학생들의 매우 귀한 경험이자 추억으로 남는 것 같다.

일본어학교에서 작은 강의실 하나를 배정받아 학생들 수업 받는 시간에 일정 확인과 함께 쉬는 시간 학생들과 수다를 떨며 일본 과자를 먹었던 기억도 아름답게 남아 있다.

삿뽀로 2주 인솔은 다른 지역과는 다른 느낌이었고 이전에 홋카이도를 잠깐 다녀왔지만 여름이었고 짧았기에 이번 겨울의 삿뽀로 체험은 출발 전부터 기대를 잔뜩 품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늘 꿈꾸었던 유키마쓰리가 포함된 일정이라 여기저기 자랑할 수 있었고 돌아오기 전날까지 한 번이라도 유키마쓰리를 더 보기 위해 불빛 들어온 삿뽀로 오도리공원을 거닐었던 기억이 많이 남는다.

겨울의 삿뽀로를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 프로그램 인솔을 통해 자세하게 삿뽀로를 들여다 보게 되어 감사하고, 다양한 엑티비티에 만족스러워하는 학생들의 모습에서 인솔자로서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도 눈쌓인 포근한 마을들읜 삿뽀로, 오타루의 거리 모습이 아른거린다.